옛사람들은 풍류를 즐기는 장소를
무척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경치가 좋은 명소에는
의례 정자나 누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전남 곡성은 숨겨진 풍류 명소가 유난히 많습니다.
섬진강과 대황강이 흐르고 있어서 일 것입니다.
대부분 사라지고
섬진강변의 함허정, 횡탄정
그리고 대황강변의 능파정과 반구정 정도가 남아서
옛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석곡 대황강변에 자리 잡은
반구정을 다녀온 기행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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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습지에 조성 중인 공원
□반구정 진입로 입구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세요!
반구정 진입로는 석곡 소재지에서
주암으로 향하는 27번 도로와 접하고 있었습니다.
변변한 이정표 하나 보이지 않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진입로 입구에는 차량이 출입할 수 없도록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주변에 자동차 몇 대 정도는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우선 이정표와 주차장 마련이 시급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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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진입로 입구 유정 2호 양수장
□기분 좋은 감성이 묻어나는
대나무 길과 측백나무 길
진입로 입구에 '유정2호 양수장'이 보입니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반구정으로 들어가는
200~300미터 길이의 진입로는
대나무길과 울창한 측백나무 숲길로 이어졌습니다.
호젓하면서도 감성이 물씬 풍기는
기분 좋은 산책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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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가득한 반구정 진입로
□반구정 공원
이윽고 습지와 접한 널찍한 공터 가 나타났습니다.
공터는 최근에 조성된 듯
화단과 함께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곳에 반구정 공원 또는
반구정 습지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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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습지 주변에 조성되고 있는 화단
□봉황 조형물에 대한 궁금증
봉황 모양의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아마도 이 지역과 봉황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황강 변에는
유봉리. 비봉리. 봉정리, 봉두산을 비롯하여
봉황을 상징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유봉리. 이곳 반구정 습지 주변 지역에는
어떤 봉황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공원이 완성되면 안내판에
짤막한 설명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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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습지를 굽어보는 봉황 상징물
□남강손선생 잠업기념비
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곳에서는
근처에 반구정이 있다는
어떤 기척이나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문인과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인데,
이정표 하나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것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갑 모임 기념비와 함께
남강손선생 잠업기념비 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60년대 누에 치기를 장려했던
선구자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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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모임 기념비와 잠업기념비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나타나는
반구정 이정표와 철 계단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반구정' 글귀를 새긴 특이한 모양의 바위 팻말이
그곳에 반구정이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언덕 위쪽을 향해서 설치된 지
꽤 오래되었을 것 같은
녹슨 철계단이 놓여 있었습니다.
혹시나 발을 디디면 부서져 버릴까 싶어서
살짝 긴장했는데 생각보다는 튼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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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이정표와 철 계단
□60~70년대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재 반구정 건물
철 계단 중간쯤 오르니
나뭇가지에 가려 있던 반구정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풀이 아무렇게나 자라 있는 지붕을 보니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웠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은 안심이 되더라고요.
6개의 견고한 시멘트 기둥에
튼튼한 보가 얹혀 있고
그 위에 서까래가 올려져 있는 형태의 육모정은
아직은 말짱했습니다.
지붕만 손보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문화재라는 측면으로 볼 때는 시멘트 기둥이
눈에 좀 거슬렸습니다.
시멘트를 만능으로 여겼던
60~70년대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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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볼 때와 달리 말짱해 보이는 반구정
□갈매기와 벗하며 노는 정자 반구정
김감 선생이 애초에 세웠다는 반구정은
주춧돌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김감 선생이 지은 정자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문화재로 지정되어
원래 모습대로 복원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반구정(伴鷗亭)은
갈매기와 벗하며 노는 정자라는 뜻입니다.
한가롭고 편안해지는 강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반구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무척 많습니다.
그중 파주 임진강변 반구정도 꽤 유명합니다.
지금은 물길이 바뀌어버렸지만
옛날에는 반구정 바로 아래쪽으로
강물이 흘렀을 것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보성강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겠지요.
혹시 먼바다에서 올라온
갈매기 몇 마리가 날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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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감 선생의 자취가 서려 있는 반구정
□문장가였고 우국충정을 품은
선비 김감 선생의 자취가 서려 있는 반구정
반구정은 꽤 의미 있는 역사성을 갖고 있습니다.
선조에서 인조 임금 시대를 풍미했던
당대의 손꼽히는 문장가였던 김감 선생이
벼슬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강변에 정자를 짓고 자연과 벗하며
여생을 보낸 곳이죠.
당시의 반구정은 초가지붕이었다고 하니,
김감 선생의 위치와 명성에 비해서는
조촐한 모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김감 선생(1566~1641)은 어떤 분이었을까요.
선생님의 호는 입택입니다.
일찌감치 관직에 나아가
세자의 선생, 예조 정랑, 명나라 사신, 평안도 어사,
김해 부사를 등 요직을 두루 거쳤습니다.
'입택집'이라는 문집을 남긴
당대에 손꼽히는 문장가이기도 하였습니다.
병자호란 당시에는
남한산성에 피신 중인 임금을 돕기 위해서
호남 창의군을 모아
청주까지 진격하던 중에
임금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와야 했던
우국충정을 품은 진정한 선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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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에 걸려 있는 편액들
□반구정이 옛 모습으로
다시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
현재의 반구정 현판은 물론,
편액의 글씨들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후대의 선비들이 선생의 뜻을 기리며
이처럼 멋진 편액을 남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한자 실력이 짧아서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반구정 최초의 주인 김감 선생의 행적과
함께 이곳에 정자를 지은 행적이
좀 더 뚜렷하게 밝혀지고,
그런 상징성을 바탕으로
반구정이 옛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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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습지
□반구정 습지가 만들어진 사연
반구정 아래쪽을 흐르는 보성강은
애초에 강물이 커다란 만곡부를 이루며
산을 휘감고 돌아가는 구조였습니다.
반대편에는 널찍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겠지요.
그런데 제방을 쌓아
강이 직선으로 흐르도록 하는 과정에서
만곡부의 물길이 잘려버린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습지화가 진행되었는데,
언덕에 반구정이 있어
[반구정 습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지금은 습지는 일부만 남아 있고
대부분 농경지로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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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검푸른 강물이 흐르던 반구정 습지
보정강이 주암댐으로 막히면서
이제는 곡성 대황강으로 불리는
제방 안쪽 본류에서도 수량이 줄면서
습지화가 진행되어,
그곳도 반구정 습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다양한 생물군이 서식하며
건강한 생태계로 거듭난 반구정 습지와
김감 선생의 풍류와
애국충정의 자취가 서려 있는 정자 반구정 이
복원 또는 정비되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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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 습지
푸르른 강물 한가롭게 흐르니
그 위를 나는 갈매기도 한가롭고
그걸 바라보는 나도 한가롭네.
강변 모래사장 하얗게 빛나니
그 위를 나는 갈매기도 하얗고
그걸 바라보는 내 머리도 하얗네.
세상만사가 이렇게 서로 짝을 이루니
얼마나 오묘한가.
입택 김감 선생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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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황강 본류의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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